Pseudo-개발자에서 진짜 개발자로 취업하기까지
개발일기

Pseudo-개발자에서 진짜 개발자로 취업하기까지

일시불

저는 컴공 출신이 아닙니다. 학부는 기계과로, 대학원 석사과정은 항공과로 (전자과에 밀접하긴 하지만,) 졸업했습니다. 대학원때는 주로 MATLAB을 이용해서 코딩했고, 코딩보다는 논문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프로토타이핑에 가까웠습니다. 당연히 알고리즘, 자료구조, 운영체제, 객체지향 같은 개념은 들어보지도 못했었구요.

졸업 이후에는 00업체를 1년간 다녔는데, 여기서는 코딩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C로 코딩을 하긴 했지만 사실 C라는 언어 자체가 메모리 관리랑 타입 캐스팅 정도만 주의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언어기도 하고.. (높은 수준으로 가면 차원이 다른 문제긴 합니다) 여기서도 리서치 결과를 디벨롭 하는게 주안점이라 스스로의 코딩 실력을 높여야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해보질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웹 개발과 딥러닝 쪽은 건드리다 보니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를 퇴사하고 약 4개월 동안 공부했습니다. 당장 취업에 필요한 건 코딩 테스트를 통과할 실력이었기에 C랑 파이썬 기초 문법을 복습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바로 백준, 프로그래머스를 왔다갔다하며 알고리즘 문제풀이를 연습했구요. 이 블로그에도 대부분의 푼 문제들을 올려놓았지만, 어려운 문제는 정말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코테 트렌드가 알고리즘을 정확히 대입하는 거라기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석해서 구현해낼것인가? 를 더 주안점으로 보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결과적으로 실무에서도 알고리즘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물론 목표로 했던 대기업들은 줄줄이 탈락했습니다. 서탈이 반, 인적성에서는 극소수 떨어지고, 코테는 합격률 30%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서합한 것 중에서 면탈이 반이었습니다. 사실 보험성으로 지원했던 기업들(금융권)이라 최종면접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스타트업이랑 중소기업에도 눈을 돌리게 됐는데요. 로켓펀치, 원티드, 리멤버커리어, 링크드인 등에 프로필을 올려놓으니 연락이 많이 오더라구요.

다행히 00에 있을 때의 업무가 임베디드 SW개발이라 이것도 경력으로 인정이 되어서, C언어를 주로 다루는 분야에서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그러다가 운 좋게도 개발자 직군으로 최종합격한 스타트업에 지금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경력직 입사긴 하지만 개발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해서 요즘에는 정말 죽을 맛입니다. 심지어 이 회사는 스타트업인데 5%정도를 제외하고는 40대 초반에서 후반이 대부분이라 경험도 많으시고 실력도 있으신 분들이라 보시는 눈들이 매서워서 ㅠㅠ 저에게는 자의 반 타의 반의 실력 향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객체지향이 많이 생소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MFC 프로그래밍을 시키는 것... 2020년인데 그 악명높은 MFC를 해야합니다. 탑재 장비가 C#으로 짜면 안되는 수준의 Low API만을 제공하는 걸수도 있겠죠? 아직 100% 업무파악이 안돼서 ㅠㅠ

아무튼 저는 수도-개발자에서 정말 개발자로 이직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기회고, 제가 퇴사하면서 목표로 삼았던 "개발자로 취직하기"를 이루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수습 3개월을 버텨야 최종 입사가 되는 구조긴 하지만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퇴근 후에는 블로그 포스팅하랴, 집안일하랴 공부하랴 너무 바쁜데 오늘 내일 이틀 주말을 이용해 공부를 바짝 땡겨놓고, 월요일까지 구현해야 하는 내용을 작성하려 합니다.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갈 길이 멀지만 힘을 내서 달려보려 합니다. 혹시 지금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 고민이신 분들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네요. 다른 분야랑은 다른게 개발직군은 정말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몇년 후 시니어 개발자가 된 다음 이 글을 읽으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네요.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다시 생각해야겠습니다.